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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요! 1. ‘보여주기(Show)’와 ‘말하기(Tell)’의 차이와 전략적 활용법 2. 감각 중심 묘사와 서술의 개념 차이 3. 리듬 조절을 위한 하이브리드 기법과 장면별 균형 잡는 팁
📍 지난 글 ‘07.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할까: 시점, 인칭, 화자’에서 이야기를 말하게 하는 존재에 대해서 살펴봤다면,
이번엔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묘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독자가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게 바로 "장면화"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보여주기(Show)와 말하기(Tell)입니다.
많은 창작 조언에서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이야기에는 때때로 말해야 할 순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좋은 글쓰기는 이 두 가지 방식의 균형과 전략적인 선택에서 시작돼요.
이야기의 '리듬'이나 '속도'도 이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독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포인트도 이 선택에 크게 좌우됩니다.
1. 보여주기(Show)와 말하기(Tell)란?
💫 보여주기(Show)
독자가 스스로 감정과 의미를 추론할 수 있도록 감각적 세부 묘사, 행동, 대화를 통해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
마치 영화 카메라로 장면을 포착하듯, 이미지를 보여주는 서술 방식
💭 말하기(Tell)
직접적으로 정보나 감정, 상황을 요약하고 설명하는 방식
독자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실과 맥락을 전달하는 도구
간단한 예시로 비교해볼까요?
구분 | 예시 |
보여주기 | 민지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입술이 굳게 닫히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다시는 그 이야기 꺼내지 마.” 이를 악문 채 말했다. |
말하기 | 민지는 화가 났다. |
‘보여주기’는 독자에게 장면을 체험하게 하고, ‘말하기’는 내용을 빠르게 전달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쓸지를 선택하는 전략이 중요한 거예요.
‘보여주기’는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데 탁월하지만 지나치면 이야기의 흐름이 느려지거나 과잉 서술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기’는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고 서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유용하지만, 지나치게 사용되면 건조하고 몰입하기 어려운 글이 되죠.
장면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세요!
2. 그런데... 묘사와 서술은 뭐가 달라요?
‘묘사(Description)’와 ‘서술(Narration)’은 다릅니다.
흔히 ‘묘사를 잘 써야 한다’는 말을 듣지만, 묘사와 서술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념 | 설명 | 예시 |
‘서술’ | 정보를 설명하거나 사건을 전개하는 해설 중심 문장 | “그날은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었다.” |
‘묘사’ | 감각과 이미지를 통해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문장 | “태양은 아스팔트 위에서 숨을 헐떡이며 퍼지고 있었고, 셔츠는 등에 눌어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
서술은 이야기의 뼈대, 묘사는 이야기의 살결이에요. 묘사를 중심으로 쓸수록 독자는 더 감각적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즉, 묘사는 '보여주기'의 도구이고,
서술은 '말하기'의 도구인 셈이죠.
이 차이를 이해하면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장면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요.
3. 보여주기(Show), 감정을 장면으로 드러내기
위에서 말했듯, ‘보여주기’에선 감각 묘사, 행동, 대화 등을 통해 장면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게 만들죠.
💫 보여주기의 핵심 요소
(1) 감각적 디테일
감각(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한 생생한 묘사
구체적이고 선명한 이미지 창출
한 장면에서 2-3가지 감각에 집중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2) 행동과 반응
캐릭터의 신체 언어, 제스처, 표정
상황에 대한 본능적/감정적 반응
💡 캐릭터의 평소 습관과 다른 행동을 보여주면,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3) 대화와 내면의 목소리
캐릭터만의 말투와 생각을 통한 성격/정서를 드러냄
내적 독백과 생각의 흐름
대화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관계를 보여주는 도구예요.
(4) 환경과 배경
캐릭터의 감정이나 상황을 반영하는 환경 묘사
상징적 요소와 대비 활용
날씨, 빛, 소리 등의 환경 요소가 캐릭터의 내면 상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보세요.
💭 ‘보여주기’가 효과적일 수 있는 장면들
정서적으로 중요한 순간= 주요 감정적 전환점이나 깨달음의 순간
캐릭터의 성격이나 관계가 드러나는 핵심 장면
→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감정적 순간들을 리스트업하고, 이 장면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하세요.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대립과 충돌이 일어나는 장면
스릴과 서스펜스가 필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죠?
→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확장하고 세부 사항을 더해보세요.
캐릭터의 변화를 드러내는 순간=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의 순간
성격이나 관점의 변화가 나타나는 지점
→ '이전'과 '이후'의 행동 패턴 차이를 보여주세요.
감각 중심 ‘묘사’: 독자의 몸을 움직이게 하세요
우리는 세상을 오감으로 인식합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예요.
감각을 기반으로 묘사할수록, 독자는 장면 안으로 몰입하고 인물과 함께 호흡하게 됩니다.
같은 사건(골목을 지나는 상황)을 감각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고 묘사한 예시 문장들을 보여드릴게요.
감각 | 예시 |
시각 | 골목 끝 가로등 불빛이 물웅덩이에 번져 흐릿하게 흔들렸다. 젖은 벽에는 이끼가 얼룩져 있었다. |
청각 |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며, 단조로운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
후각 | 오래된 배수구에서 올라온 습한 흙냄새와 눅눅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코를 스쳤다. |
촉각 | 옷깃을 파고든 비가 셔츠 안을 천천히 적셨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들러붙었다. |
미각 | 입술 사이로 스며든 빗물은 금속성 맛이 났고, 혀끝에 묘한 씁쓸함이 남았다. |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감각에 주목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분위기와 몰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비 오는 골목길을 걷는 장면’이더라도—
빛이 번지는 모습을 강조하면 멍하니 가라앉은 정서,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집중하면 불안정한 심리 상태,
젖은 옷깃의 감촉에 주목하면 피로하거나 무기력한 몸 상태,
입에 스며든 빗물의 맛을 묘사하면 삶의 씁쓸함이나 단절감이 드러납니다.
이처럼 감각은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창이며,
감각적 문장(미문)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심리와 서사를 풍성하게 확장하는 장치가 됩니다.
좋은 묘사는 독자의 눈이 아니라, 마음을 흔들어요.
하나의 장면에 모든 감각을 넣기보다, 2~3가지 감각을 골라 집중해보세요.
좋은 묘사는 독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장면을 '느끼게' 하는 방식입니다.
4. 말하기(Tell), 속도와 효율
'말하기'는 종종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예요.
언제, 어떻게 '말하기'를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 언제 말하기가 효과적일까요?
(1) 요약+압축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나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
배경 정보나 과거 사건을 간결하게 전달
💡 "3년 후"와 같은 시간 전환은 말하기가 가장 효과적이에요.
(2) 페이스 조절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고 리듬감 부여
중요한 장면 전후에 '숨 고르기' 제공
💡 액션이나 감정이 고조된 장면 후에는 간결한 '말하기'로 독자에게 휴식을 주세요.
(3) 명확한 정보 전달
복잡한 개념이나 설정을 효율적으로 설명
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정보 강조
💡 판타지나 SF처럼 세계관 설명이 필요한 장르에서 특히 유용해요.
👉 05.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공간: 세계관 설계 가이드 읽으러 가기
(4) 시점 캐릭터의 해석과 판단
캐릭터의 주관적 관점과 경험 공유
사건에 대한 캐릭터의 의미 부여
💡 1인칭이나 3인칭 제한적 시점에서는 캐릭터의 주관적 '말하기'가 시점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 07.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할까: 시점, 인칭, 화자 읽으러 가기
💭 ‘말하기’가 효과적일 수 있는 장면들
속도를 높여야 하는 부분
이야기의 중심 흐름이 아닌 부수적 사건
주요 장면 사이의 전환 부분
→"다음 며칠 동안"과 같은 표현으로 빠르게 시간을 이동할 수 있어요.
말하기: 대학 3년 동안 준호는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vs 3년간의 대학 생활을 모두 보여주는 것보다 효율적)
복잡한 정보나 설정 설명
역사적/문화적 배경 정보
과학적/마법적 시스템 설명
→ 캐릭터의 대화나 생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를 '말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보세요.
말하기: 이 마을은 300년 전 큰 화재로 완전히 소실된 후 재건되었다. 그 이후 매년 봄마다 '불의 축제'를 열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축복한다.
(vs 이 역사를 '보여주기'로만 설명하려면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수 있음)
반복적이거나 일상적인 행동
여러 번 반복되는 패턴이나 습관
플롯 진행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상
"그녀는 매일 아침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와 같은 요약은 효율적이에요.
말하기: 미나는 언제나 방에 들어갈 때 세 번 노크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린 시절 미신에서 비롯된 이 습관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vs 매번 노크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비효율적)
5. 하이브리드 전략: 보여주기와 말하기의 균형
좋은 글쓰기는 '보여주기'와 '말하기'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에서 시작돼요. 이 둘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방법을 알아볼게요.
가장 강력한 문장은 종종 보여주기와 말하기가 섞인 문장입니다.
예시 1: 비유적 설명
🌊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린 시절 고향 바닷가의 차가운 파도 소리가 담겨 있었다.
→ 감각적 비유를 활용한 말하기
예시 2: 요약 + 핵심 장면 보여주기
📄
세 시간의 협상 끝에, 재민은 계약서를 탁자에 내던졌다. “이게 최선입니다.”
→ 과정을 말하고, 전환점은 보여주기
예시 3: 내면 + 외면 결합
🚪
유진은 두려웠다. 그녀의 손끝이 문고리를 잡은 채 떨리고 있었다.
→ 감정 상태 + 행동 묘사
✨ 균형 잡힌 장면 구성의 예
다음은 '보여주기'와 '말하기'가 균형 있게 조합된 장면의 예시예요.
서울로 돌아온 후 처음 열흘은 악몽 같았다.
→ (시간 압축을 위한 '말하기')오늘도 준영은 면접에서 떨어졌다. 세 번째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어두운 복도가 그를 맞이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천장의 작은 균열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는 휴대폰을 꺼내 엄마에게 문자를 썼다. "잘 지내고 있어요."
→ (중요한 감정적 순간을 '보여주기'로 확장)사실 준영은 한 달 넘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졸업 후 기대했던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그의 위장마저 조여오는 듯했다.
→ (캐릭터의 상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말하기')냉장고를 열자 텅 빈 선반과 물병 하나뿐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벽에 붙어있는 낡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 동아리 MT에서 찍은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준영은 손가락으로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쓸었다.
→ (내면의 전환점을 '보여주기'로 강조)그날 밤 오랜만에 오랜 친구에게 연락했다.
→ (다음 전개를 위한 '말하기'로 전환)
6. 실전 연습
🖊️ 말하기 → 보여주기로 바꿔보기
(1)
말하기: 그녀는 불안했다.
보여주기: 그녀는 손끝을 꼬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입술은 마르기 시작했고, 눈동자가 조급하게 흔들렸다.
(2)
말하기: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보여주기: 그는 그녀의 컵을 먼저 챙겼고, 그녀는 그의 웃음이 나오기 전부터 이유를 알았다.
✂️ 보여주기 → 말하기로 압축해보기!
보여주기: 그는 책상에 앉아 메모하고 검토하며 몇 번이나 페이지를 넘겼다.
말하기: 그는 철저히 검토하며 준비했다.
정리하며: 균형? 기술이자 감각
규칙보다 효과에 집중
"보여주기가 항상 좋고, 말하기는 나쁘다"는 단순한 규칙에 얽매이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때로는 간결한 '말하기'가 장황한 '보여주기'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답니다.
묘사는 균형의 예술
보여주기와 말하기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과학이 아닌 예술이에요. 여러분만의 목소리와 스타일에 맞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겨보세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그들이 어떻게 이 두 기법을 조화시키는지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글쓰기에서 '보여주기'와 '말하기'는 마치 화가의 붓과 같아요. 때로는 섬세한 터치로, 때로는 과감한 붓질로 여러분만의 이야기 그림을 완성해보세요.
독자들이 여러분의 이야기 속에서 생생한 경험을 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정을 떠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노벨라 고객센터나 노벨라 이메일을 통해
편하게 이야기 걸어주세요.
✏️ 다음 9화에서는 글쓰기 리듬과 문장 구조에 대해 다뤄볼게요.
문장 길이 조절, 단락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노벨라 팀 드림
정기적으로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