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5%(약 30분)
2막= 50%(약 60분)
3막= 25%(약 30분)
→ 2막이 압도적으로 긴 이유는 여기가 주인공이 가장 많이 고통받고, 관객이 가장 몰입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2막을 너무 짧게 쓰는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작가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 안에 내 이야기를 어떻게 담지?"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3막 구조입니다.
할리우드에서 수십 년간 검증된 이 구조를 이해하면(여전히 대부분의 영화/드라마에 통용되는 규칙이죠!), 여러분의 이야기를 극장 스크린에 걸맞는 이야기로 집필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 시나리오 작법에서 기본 중의 기본, 3막 구조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3막 구조는 설정(Setup) - 대립(Confrontation) - 해결(Resolution)로 이루어진 시나리오의 기본 골격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중간-끝"이라고 말한 바로 그 구조를 현대 영화에 맞게 체계화한 것이죠.
이 구조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정리한 사람은 시드 필드(Syd Field)라는 사람입니다. 그의 저서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시나리오 워크북》 등이 출간된 이후 이 책들은 지금까지 시나리오 작법의 바이블/교과서로 통합니다. 필드는 수백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분석해서 성공한 시나리오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패턴을 발견했고, 그게 바로 3막 구조였습니다.
영화는 2시간 안에 관객을 극장 의자에 붙잡아둬야 합니다. OTT라면 화면을 중간에 멈추거나 끄지 않고, 계속 보게 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갈등/사건의 파도가 점점 높아지도록 설계하는 게 핵심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갈등의 강도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겁니다. 이것은 곧 영화 자체의 재미를 의미합니다.
시드 필드가 제시한 3막 구조의 황금 비율은 이렇습니다.
💡
1막= 25%(약 30분)
2막= 50%(약 60분)
3막= 25%(약 30분)
→ 2막이 압도적으로 긴 이유는 여기가 주인공이 가장 많이 고통받고, 관객이 가장 몰입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2막을 너무 짧게 쓰는 것"입니다.
1막은 전체의 25%, 120분 영화 기준으로 약 30분, 시나리오 페이지로는 30페이지 분량입니다. 1막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고, 무슨 문제를 안고 있으며, 왜 우리가 그의 이야기를 봐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겁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Blake Snyder)는 그의 저서 《세이브 더 캣!(Save the Cat!)》에서 1막을 더 세밀하게 쪼갰습니다. 그는 영화의 첫 1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면서, 오프닝 이미지(Opening Image), 테마 제시(Theme Stated), 셋업(Setup) 같은 세부 단계들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세이브 더 캣(Save the Cat)" 순간, 즉 주인공이 고양이를 구하는 것 같은 작은 선행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장치를 강조했죠.
1막에서 반드시 보여줘야 할 첫 번째 요소는 주인공의 일상 세계입니다.
주인공이 평소 어떻게 사는지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주인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예시)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이 반지하에서 피자 박스를 접으며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장면을 보세요. 이 짧은 도입부로 관객은 이 가족의 계층과 생활 방식을 즉시 이해합니다.
두 번째는 촉발 사건(Inciting Incident)입니다.
주인공의 일상을 깨뜨리는 결정적 사건이죠. 영화에서는 보통 10-15분(10-15페이지) 안에 이 사건이 터집니다. 너무 늦으면 관객이 지루해합니다. 극장 관객은 10분 안에 "이거 재미있네/없네"를 판단하거든요.
(예시)
<쥬라기 공원>에서 과학자들이 공룡 DNA 복원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트리니티를 만나는 순간이 바로 촉발 사건입니다.
세 번째는 플롯 포인트 1입니다. 시드 필드가 가장 강조한 개념 중 하나죠.
1막의 마지막, 대략 25-30페이지(25-30분) 지점에서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순간입니다. 이 지점을 넘으면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예시)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 알약을 선택하는 장면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반지를 파괴하러 떠나기로 결심하는 순간
<타이타닉>에서 잭이 로즈를 구하고 배에 남기로 하는 순간이 모두 플롯 포인트 1입니다.
플롯 포인트 1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주인공은 익숙한 세계를 떠나 낯선 세계로 진입합니다. 크리스토퍼 보글러(Christopher Vogler)는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The Writer's Journey)》에서 이 순간을 "첫 번째 관문 통과(Crossing the First Threshold)"라고 불렀습니다. 보글러는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을 시나리오에 적용했는데, 플롯 포인트 1이 바로 영웅이 모험을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겁니다.
1막을 쓸 때 주의할 점은 너무 긴 설명을 피하는 것입니다.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설정에 30분 이상 쓰면 관객이 지루해합니다. 대사로 길게 설명하지 말고, 행동과 상황으로 시각적으로 보여주세요. 촉발 사건은 15분 안에 터뜨려야 하고, 늦어도 20분을 넘기면 안 됩니다.
2막은 전체의 50%, 120분 영화 기준으로 약 60분, 31-90페이지 분량입니다. 시나리오에서 가장 길고, 가장 쓰기 어려운 구간이죠. 여기서 주인공은 계속 시도하고, 계속 실패하고, 점점 더 큰 위기에 빠집니다.
초보 작가들이 2막을 쓰다가 막히는 이유는 60분을 채워야 하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드 필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막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고, 중간 지점에 "미드포인트(Midpoint)"라는 전환점을 배치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2막이 두 개의 30분짜리 구간으로 나뉘면서 훨씬 관리하기 쉬워집니다.
2막 전반부는 "즐거운 실패들(Fun and Games)"이라고 불립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명명한 이 구간은 주인공이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만 아직은 큰 대가를 치르지 않는 부분입니다. 관객도 함께 즐기는 구간이죠.
📍 영화 예고편에 나오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예시)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 하나둘씩 취직하며 신나게 계획을 진행하는 부분
<어벤져스>에서 히어로들이 모여서 팀워크를 발휘하며 적과 싸우는 부분이 바로 이 구간입니다.
미드포인트는 시나리오의 정확히 중간 지점, 55-60페이지(55-60분)에 오는 큰 전환점입니다. 주인공이 "다 이겼다!"고 착각하거나, 반대로 "다 끝났다"고 절망하는 순간이죠. 시드 필드는 미드포인트를 "이야기의 방향이 180도 바뀌는 지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미드포인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가짜 승리(False Victory)는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곧 더 큰 위기가 찾아오는 경우입니다. 2️⃣ 가짜 패배(False Defeat)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되는 경우죠.
(예시) <기생충>의 미드포인트는 전 가정부를 몰아내고 기택 가족이 완전히 박 사장 집을 장악한 순간입니다. 이건 가짜 승리죠. 하지만 곧 지하에서 무언가가 올라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가짜 승리입니다. 조커의 진짜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되거든요.
미드포인트 이후, 이야기의 톤이 완전히 바뀝니다. 전반부가 밝고 희망적이었다면, 후반부는 어둡고 절망적으로 변합니다. 2막 후반부에서 주인공의 상황은 급격히 나빠집니다. 시도하는 모든 것이 실패하고, 동료들이 떠나고, 최악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주인공의 결함이 드러나고, 동맹이 깨지고, 적이 강해지고, 주인공이 고립되고, 시간이 촉박해집니다.
(예시)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고 잭과 로즈가 헤어질 위기에 처하는 부분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가 투페이스로 타락하고 레이첼이 죽는 부분
<라라랜드>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가 멀어지고 각자의 꿈도 위기에 처하는 부분이 모두 2막 후반부입니다.
그리고 2막의 마지막, 85-90페이지(85-90분) 지점에서 플롯 포인트 2가 옵니다. 주인공이 바닥을 치는 순간이죠. 모든 것을 잃고, 완전히 무너지는 이 순간을 블레이크 스나이더는 "All is Lost Moment"라고 불렀습니다.
이 시점에서 관객은 "주인공이 어떻게 이걸 극복할까?" 궁금해하며 3막으로 넘어갑니다. 2막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매 10분마다 새로운 전환점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60분은 깁니다. 지루해지지 않으려면 계속 새로운 사건이 터져야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쉬게 하지 마세요. 2막은 주인공이 가장 고통받는 구간입니다.
3막은 전체의 25%, 120분 영화 기준으로 약 30분, 91-120페이지 분량입니다. 짧고 강렬한 구간이죠. 주인공이 2막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마지막 시도를 하고, 결말에 도달합니다.
3막 전반부는 주인공이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는 재기의 순간입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는 플롯 포인트 2 직후를 "영혼의 어두운 밤(Dark Night of the Soul)"이라고 불렀습니다. 주인공이 가장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죠. 하지만 여기서 멘토의 조언, 동료의 희생, 내면의 깨달음, 또는 새로운 정보 발견을 통해 다시 일어납니다.
(예시) <반지의 제왕>에서 샘의 격려로 프로도가 다시 일어나는 장면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20년간 판 탈출 터널을 통해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이 모두 재기의 순간입니다.
그리고 100-110페이지(100-110분) 지점에서 클라이맥스가 옵니다.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이죠. 주인공과 적이 마지막으로 충돌하고, 모든 질문에 답이 나옵니다.
📍로버트 맥키(Robert McKee)는 그의 명저 《로버트 맥키의 스토리》에서 클라이맥스를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수렴하는 지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좋은 클라이맥스는 1막에서 제기된 질문에 답해야 하고, 주인공의 선택이 결과를 결정해야 하며,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수렴해야 합니다. <기생충>의 생일파티 장면에서 모든 계층 갈등이 칼날로 폭발하는 순간,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투페이스를 막고 조커의 사회 실험이 마무리되는 순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모든 히어로가 모여 타노스와 최후의 전투를 벌이는 순간이 모두 완벽한 클라이맥스입니다.
클라이맥스 후에는 결말(Resolution 또는 Denouement)이 옵니다. 주인공의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죠. 완전히 해피엔딩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가 끝났다"는 느낌을 주는 겁니다. 좋은 결말은 간결해야 합니다. 클라이맥스 후 5-10분 이내로 끝내야 합니다. 정서적 만족감을 주고, 열린 질문은 없애고, 주인공의 변화를 확인시켜줘야 합니다.
3막을 쓸 때 주의할 점은 너무 길게 끌지 않는 것입니다. 클라이맥스 후 10분 이상 가면 관객이 지루해합니다. 그리고 3막에서 갑자기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캐릭터나 설정을 등장시키면 관객이 당혹스러워하죠.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면 관객이 허탈해합니다.
물론이죠. <펄프 픽션>, <메멘토>, <덩케르크> 같은 영화들은 3막 구조를 의도적으로 파괴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하거나 여러 시간대를 교차시키면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야기를 챕터로 나누고 순서를 뒤섞어서 비선형적 구조를 만들죠.
하지만 규칙을 깨려면 먼저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놀란이나 타란티노는 3막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깰 수 있는 겁니다. <메멘토>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역순으로 배치된 장면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배열했을 때 완벽한 3막 구조가 드러납니다. <펄프 픽션>의 각 챕터도 내부적으로는 3막 구조를 따릅니다.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실험적 영화를 만드는 건, 수영을 배우지 않고 깊은 물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초보 작가라면 먼저 3막 구조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몇 편 써보세요. 그 다음에 실험적인 구조에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아티클에서 더 알아보아요!)
"구조를 따르면 창의성이 제한되는 거 아닌가요?" 많은 작가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시드 필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알파벳 26자로 쓰인다. 알파벳이라는 제약이 셰익스피어의 창의성을 막았는가?"
탄탄한 구조를 알고 있으면, 그 위에서 더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3막 구조는 여러분의 창의성을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관객을 끝까지 붙잡아두는 안전장치입니다. 여러분의 독창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설정에 할리우드식 구조를 입혀보세요. 그렇게 탄생한 시나리오는 관객을 극장 의자에 2시간 내내 붙잡아둘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여러분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3막 구조에 맞춰 한 페이지짜리 아웃라인을 작성해보세요. 플롯 포인트 1은 어디에 올지, 미드포인트에서 어떤 반전이 일어날지, 플롯 포인트 2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무너질지 고민해보세요. 그 고민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 극장 스크린에서 여러분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보세요.
💡
☐ 1막(1-30페이지)에서 주인공의 일상 세계를 5-10페이지 안에 보여줬는가
☐ 촉발 사건이 15페이지 전에 터지는가
☐ 플롯 포인트 1(25-30페이지)에서 주인공이 명확한 목표를 갖는가, 주인공의 결함이나 문제가 드러나는가
☐ 2막(31-90페이지)에서 미드포인트(55-60페이지)에 큰 전환점이 있는가
☐ 주인공이 최소 3번 이상 큰 실패를 겪는가
☐ 매 10페이지마다 새로운 전환점이 있는가
☐ 플롯 포인트 2(85-90페이지)에서 완전히 무너지는가
☐ 2막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어둡고 절망적인가
☐ 3막(91-120페이지)에서 주인공이 2막의 교훈을 바탕으로 재기하는가
☐ 클라이맥스가 100-110페이지 사이에 오는가
☐ 클라이맥스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가
☐ 결말이 클라이맥스 후 10페이지 안에 끝나는가
☐ 모든 주요 질문에 답을 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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